베를린생활: 4개의 글

독일의 집 바닥 공사 (베를린 우리집 홍수사건 마지막 이야기)

Posted by 율리앤노브
2015. 8. 13. 01:37 Berlin U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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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집 바닥 공사 - 베를린 우리집 홍수사건 마지막 이야기 


드!!!!! 디!!!!!! 어!!!!!!! 망할놈의 물난리가 난지 2달.... 일년의 육분의 일이 지난 2달 만에 드디어 집이 원상복구 되었다.

기간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서 다 끝났다는 기쁨도 엄청나지 않고.. 깨끗히 새 단장한 집이 낯설어서 시멘트 바닥에서 신고 다녔던 슬리퍼를 자꾸 찾아 신게 되네. 벽에 새 도배지를 바르고 페인트칠을 다시 했던 것이 7월 17일 금요일. 그럼 그 다음주 쯤에는 바닥을 새로 깔고.. 아무리 늦어져도 일주일 후 주말에는 모든 공사가 끝났어야 하는데... 이게 또 우리 코리안의 사고방식이 매우 철저하게 와장창 깨지는 마지막 관문이 될 줄이야 허허허. 우리는 도배 및 페인트 칠이 끝난 다음 주 바닥 공사 업체에서 연락이 언제 올까 애간장을 태우며 매일매일 전화를 기다렸다. 월요일이 가고 화요일이 가도록 연락이 없자 왠지 쎄~~한 느낌에 무작정 바닥 공사 업체에 전화를 했다. 햇병아리 독일어에도 매우 친절하게 응답해주는 Frau 블라블라의 독일어를 받아적은 후 깨달은 것은.. 이들은 잘못된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 우리는 독일어 대화가 잘 안되기에 늘 집주인 핸드폰 번호를 알려줬는데 이 회사는 어쩐지 번호를 잘못 알고 있더라. 그래서 옳다구나! 잘못된 번호라서 연락을 못했구나! 싶어 다시 전화해서 제대로 된 번호를 알려주는데 성공. 그리고 '친절한 너의 전화를 우리는 기다릴거아~^^~'라고 어필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어쩐지 그 이후로 연락이 없다. 좌절...ㅠㅠ 결국 그대로 일주일이 지나고 답답한 마음에 집주인에게 sos. 집주인이 알려주기로는 바닥 공사 약속을 잡으려고 Frau 블라블라가 직접 전화할거라고. 순진한 우리는 또 오매불망 전화만 기다렸는데.. 역시 너네는 짱 도이취! 달팽이에게도 길을 터줄 것만 같은 수준의 스피드! 맥시멈 슬로우 라이프를 꿈꾸는 이 민족은 또 전화가 없다. 바닥 공사를 해야 우리가 이제 그만 시멘트 바닥에서 벗어나자나. 우리는 일상의 안락함을 잊은지 너무 오래되었단 말이야.. 반벙어리의 슬픔을 안고 우리는 다시 집주인에게 연락. 집주인은 8월 4일 바닥 공사 약속을 잡았다는 광명의 메세지를 전해주었다. 6월 6일 물난리... 8월 4일 마무리... no comment any more...... 그렇게 시작된 역사적인 바닥 공사.

 

  2개월 만에 끝난 독일 집 바닥 공사의 모습들  

시멘트 바닥에서 2달 동안 고생한 우리 가족을 위해 경건하게 무릎 꿇고 잠시 묵념 중인 아저씨. ㅋㅋ

라미네이트 깔기 전에 이렇게 단열재 부터 시공한다. 기존의 단열재 보다 좋아보여서 내심 만족!

기도하는 마음으로 라미네이트 컨디션 체크. 

단열재 위에 라미네이트 조각 모음 시작. 딱딱 아다리를 잘 맞춰주세염~~ 

나보다 긴 머리칼을 소유하신 다른 아저씨와 그의 아들 x군. x군은 라미네이트 조각에서 떨어진 나무 부스러기를 진공청소기로 부진런히 흡입 중. 초등학교 방학 중이라 알바라도 뛰는거니? 선한 인상의 귀여운 x군.  

 사실 본찜머 하루. 전실과 부엌 하루. 이렇게 이틀에 걸쳐 바닥 공사를 한다고 했었는데 이날 아침 8시에 들이닥친 아저씨들은 오늘 다 끝낸다고! 차라리 잘됐어.

집은 아수라장이 되었어도 오늘 하루면 끝이니깐... 진짜 진짜 끝.. ㅠㅠ

 몰딩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하시고 틈새마다 실리콘 작업을 한 후 좋은 인상의 남자 셋은 홀연히 츄스를 남기고 사라짐.

그 뒤에 남겨진 것은 마치 한국에서 오늘 막 도착한 것만 같은 택배 박스 스무개 가량..

진짜 저 박스들은 작년 11월 초에 구입해서 쌌다 풀었다만 열 번은 넘게 한 듯.

너네도 고생이 많다 박스들아.. 나~~중에 다시 한국 보내줄게. 그때까지 잘 버텨주렴 ㅎㅎㅎ

 2인 1견은 타일이라 안전한 화장실에 의자 놓고 앉아 어서 오늘 하루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지. 시멘트 바닥이라 쓸어도 쓸어도 어쩐지 먼지가 있는 것 같았던 바닥은..

 이렇게 뽀얀 라미네이트 옷을 새로 입고 뽀송함을 한껏 자랑하게 됨.

문턱도 예쁘게 박아주셨으나 문이 닫히기에는 뻑뻑했어요... a/s 안되나요? ㅋ 

전기헤르트, 세탁기, 냉장고까지 들어가며 꼼꼼하게 작업해주신 2 아저씨, 1 초딩에게 감사를. 당케. 

 

 

한참 적응이 안되던 매끄러운 라미네이트 바닥. 하도 오래 되어서 너의 감촉을 잊었다.

다시 만나서 기쁘다. 들뜨지(?) 말고 차분하게 살자.

 

  이렇게 정확히 2달 만에 본래의 우리집으로 되돌아 왔다.

6월, 7월이 어떻게 지나간 것인지 기억이 잘 안난다. 그저 하루하루 집의 정상화를 꿈꾸며 기다리고 참고 또 기다리며 지냈다. 어학원도 파우제를 해두면서 언어공부에도 차질이 생기고. 우리집 뿐만 아니라 윗집 아랫집 모두 공사를 하면서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겨울이를 어르고 달래느라 한참 진을 빼고. 그 동안 베를린의 여름도 짧고 굵게 맛보았다. 더울 때는 사막처럼 뜨겁고 시원할 때는 기침이 나올만큼 차가운 기운이 도는.. 롤러코스터 같은 베를린의 여름. 이제 공사도 다 끝나고 이곳의 더위도 이번주가 끝인 것 같다. 집 물난리 때문에 우리는 여행도 못 가고 지하철과 시내에서 유럽 여행 나온 사람들만 실컷 구경했구나. 정말로 기다렸던 원래 모습의 집으로 이렇게 되돌아 왔지만 그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서 기쁘기 보다는 오히려 한숨이 난다. 외국살이에는 늘상 이런 고생이 뒤따라 다니는 걸까. 혹시 또 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까. 예전보다 걱정이 많아지고 심신이 쉽게 지쳐간다. 리프레쉬가 필요한 날들이다. 집은 복구 되었으나 물난리 통에 생겨난 습기벌레 (먼지다듬이)가 지금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 번으로 미루고. 이상으로 베를린 우리집 홍수사건 이야기는 끝마치련다. 이제는 유쾌하고 발랄한 베를린 레벤이 되기를 마음 깊이 소망하며! aufwiedersehen!

 

공감은 2개월 동안의 고생을 잊게 할 수도 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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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첫째주 베를린 날씨 - 건식사우나를 집에서 경험하다.

Posted by 율리앤노브
2015. 7. 6. 19:09 Berlin U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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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첫째주 베를린 날씨 - 건식 사우나를 집에서 경험하다.


 6월의 독일 베를린 날씨는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변덕이 죽 끊는 듯 하다가 심지어 춥기까지했다. 집 물난리 때문에 부랴부랴 박스 안에 넣어뒀던 긴 팔들을 다시 꺼내서 입고 다녔다. 그 때만 해도 좀 날씨가 따듯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젠 그 때가 그립구만ㅋㅋㅋ

7월 첫째주의 독일 베를린 날씨는 말 그대로 사막과 같았다. 갑자기 밀려온 불볕더위. 한국이었다면 에어컨과 선풍기를 빵빵하게 틀어놓고 보냈겠지만 여긴 에어컨, 선풍기 둘다 없음. 심지어 예전 독일에선 에어컨 없이 나온 자동차들도 많았단다. 에어컨이 필요할 정도로 습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젠 가끔 습하기도 하다. 

아무튼 7월1일에 3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다음날 집 앞 상가에 가서 선풍기 하나 마련. 방 안에 바람이 불어오니 그나마 한결 살 것 같았다. 한국에 있을 때 몇 대의 선풍기를 구입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일단 날개의 갯수가 많아야 시원하고 조용하다는 점. 근데 날개가 3개인 이 선풍기.. 생각보다 조용하고 바람도 세다. 만족한다.

 


하지만 아직 진짜 더위는 오지 않았지. 7월 3일 금요일 오후 3시. 집에 가만히 앉아 선풍기 틀어놓고 있는데 그래도 정말 미칠것 같이 더워서 날씨를 보니 현재 기온 33도. 그리고 토요일은 36도, 일요일은 37도네ㅋㅋㅋㅋㅋㅋㅋ 웃음 밖에 안나온다.


우리집이 서향이라서 오전에는 해가 잘 들지 않아 그나마 서늘하니 견딜만 한데 오후 2시가 넘어가는 시점부터 해가 지는 오후 9시 30분 정도 까지는 그야말로 건식 사우나. 발코니쪽을 바라보는 큰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커텐을 2겹을 쳐도 그 열기를 막지 못하고 집을 뜨겁게 달군다. 바람 한 점 안 부는 집 안에 있노라면 정말 사막 한 가운데 있는 기분이다. 이 좁은 원룸에 사람 2명, 강아지 1마리가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있으니 미칠지경 ㅋㅋㅋ 

드디어 대망의 토요일이 왔다. 그 전날 최고기온 36도라는 말은 뻥!이었네. 오후 5시 현재기온 38도. 흐아... 정말 죽겠음.


그 다음날이었던 어제 일요일도 똑같이 38도. 징글징글한 오후 2시 부터 9시 30분 까지의 건식 사우나 생활이다. 보통 유럽은 더울 땐 차라리 밖에 나가서 그늘에 있는게 더 시원하다고 하는데 토요일, 일요일은 그늘도 다 부질없었다. 그냥 다 더워. 어떻게 이런 날씨에 에어컨을 안틀고 사는가 싶을 정도다. 우리 동네 발코니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에어컨을 설치한 집은 정녕 한 곳도 없는가 보다. 지난 목요일에 선풍기 사러 전자제품 상가에 갔는데 그곳에서도 에어컨은 팔지 않는거 같았다.


베를린이 나름 독일 북동부 지역인데 어찌 이리 더운지... 남부 뮌헨 지역은 기온이 39도까지 올라갔더라. 기상 정보를 보니 지금까지 독일 최고 기온 기록은 1983년과 2003년의 40.2도라고 한다. 지난해 겨울 우리가 베를린 도착했을 때에도 생각보다 춥지 않아서 이상하다 했는데 독일도 근래 몇 년 동안 이상기온이라고 한다. 베를린 지하철은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것 같던데..ㅜㅜ 이 베를린의 생각보다 뜨거운 여름을 잘 이겨나가고 적응할 수 있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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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우리집 홍수 사건 (첫번째 이야기)

Posted by 율리앤노브
2015. 6. 24. 00:02 Berlin U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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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우리집 홍수 사건 (첫번째 이야기)


 한국에서도 집 안에서 물 새는 것 때문에 고생을 조금 했던 적이 있다.

 

오금동에 살 때 아래층 혼자남이 천장에서 물 떨어져서 밤에 잠을 못 잔다고 아침 댓바람에 잠옷차림으로 주차장까지 쫓아 나와 나에게 하소연을 했더랬다.

 

그래서 우리집 화장실 바닥을 다 갈아엎고 수리하느라 화장실을 아예 못 쓰고 거실 또한 먼지 때문에 가구와 살림살이를 포장해 놓느라 생고생을 했었는데...

 

근데 더 웃긴 일은 처음 화장실 공사하던 업체에서 제대로 하질 않아 아랫집으로 물이 또 샜고 덕분에 한번 더 화장실을 쓰지 못했다. 그 때는 아빠가 집주인 아저씨랑 통화해서 집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밖을 떠도는 2인 1견의 불편함을 호소하여 숙박비 정도의 위로금을 받았다. (아랫집 집주인과 우리집 집주인이 같은 분이라서 가능했던 일)

 

왜 이런 기억이 새삼 떠오르는가 하면 그때 잠옷차림으로 달려나와 (내가 문을 열고 나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를 듣고 있었던 듯 ㅋ) 이제 막 시동을 켜고 출발하려는 운전석의 나를 붙잡고 공사 좀 빨리 해달라고 하던 혼자남의 간절함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는 일이 나에게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6월 6일 한국은 현충일, 베를린에서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다고 하여 바르셀로나팬들이 쿠담 거리를 점령했던 어느 들뜬 토요일. 나 또한 축덕 남편의 열정을 에너지 삼아 아침부터 올림피아 슈타디온으로 달려가 연신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사고 마침 연락 온 친구부부와 외식까지 하며 즐거운 휴일을 보냈다. 우리는 충분히 놀았으니 이제 가서 집순이를 면치 못한 반려견 겨울이를 달래주자며 집으로 돌아갔는데... 발이 금새 축축한 것이 겨울이가 실례를 해놨나 싶어 자세히 방바닥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화장대 밑이 물로 흥건한 것이었다. 이게 뭐지 싶어 두리번 두리번 대는데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양동이를 가져다 받쳐 놓고 이 정도 물이 떨어지는 속도면 양동이 몇 개로 버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점점 냇물 흐르는 소리 나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화장실과 부엌 사이에 있는 환풍구 같은 곳에서 계곡에서나 들을 수 있는 청량한 물 소리가 점점 또렷해졌다. 그러더니 집 안에 있는 모든 노출 수도관 (한국과 달리 방 안에서 볼 수 있는 수도관들이 몇 개 있다) 쪽에서 물이 새기 시작. 특히 하이쭝(난방장치)이 있는 수도관에서는 시간이 갈 수 록 물이 많이 떨어져서 갖고 있는 수건과 걸레를 다 쓰고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때부터 덜컥 겁이 나기 시작. 일단 집주인에게 연락했더니 윗집에 가서 물을 쓰지 말아달라고 해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윗집에 갔더니 우리 바로 윗집은 물론이고 5층 (우리집은 4층)에 있는 집들에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나는 수건과 양동이를 사러 마트에 다녀오고 남편은 수건으로 닦고 짜고 닦고 짜고 하느라 육신의 걸레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건과 함께 바닥에 뻗어 버렸다. 나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는데 세면대 위에 걸린 거울 달린 수납장 밑으로 몇 분 마다 한번씩 폭포가 떨어지는 것이다. 깜놀했지만 남편에게는 비밀로 했다. 어차피 문제는 도처에 있었다. 물난리가 난 시간은 오후 4시경으로 유럽의 이 시간은 햇빛이 매우 뜨겁게 반짝이는 시간이다. 그런데 우리집 발코니로 물이 들이치는 것이 아닌가! 발코니로 나가보니 어딘가에서 부터 시작된 물이 건물 벽을 타고 내려와 발코니에서 부딪혀 톡톡 싱그럽게 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무지개를 만들 것처럼... 정말 어이를 상실한 나는 위험한 자세로 고개를 빼고 건물 윗쪽을 쳐다보았는데 건물 외벽에 물이 샌 자국이 선명했다. 건물이 무너지는거 아닌가 싶어서 매우 겁이 났다. 살림살이가 물에 젖지 않도록 정리를 하고 (그 와중에 간이옷장 하나가 무너져버림 -_-) 도저히 이 집에서 잘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일단 짐을 쌌다.

 

그동안 집주인이 와서 이리저리 벨을 불러 보고 다니며 하우스마이스터 연락처를 알아내고 그 통에 땅층(0층)에 있는 집까지 물이 타고 내려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집주인이 한집 한집 다 벨을 누르고 다녀서인지 모두들 뛰쳐나와 담화를 나누기 시작. 우리집 앞에서 때아닌 반상회가 열렸다.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해 수차례 치고 빠지기를 반복. 별 얘기 하는게 아니라 그냥 오랜만에 모두 모여 떠드는 것이 좋은지 분위기는 무척 화기애애 하였다. 그래도 집주인은 열심히 발품 팔아 이 물난리의 원인을 알아냈다. 이렇게 큰 사고를 친 집은 6층인데 그 집 주인이 여행 중이라 집을 비운 상태에서 세탁기와 연결된 수도관이 터졌던 것이다. 결국 경찰관 대동하여 집 문을 열고 들어가 물 흡수 기계로 바닥에 고인 물을 다 빼고서야 겨우 우리집에 내리던 장마가 그쳤다. 그것도 다 그친 것은 아니고 가장 심한 부분 쪽 수도관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떨어졌다. 방 바닥의 라미네이트는 물을 잔뜩 먹어 이미 올록볼록 일어나고 몰딩 또한 버석버석 떨어져 나왔다. 습기와 냄새가 가득한 집에서 잘 수 없어 우리는 밤 12시에 픽업 온 친구부부의 차를 타고 이곳을 탈출했다. 6월 6일 6층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그야말로 666의 저주다. 내 평생 이 정도의 멘붕을 안겨준 사건은 없었다. 이틀 동안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고 월요일 아침 다시 돌아온 집에서는 쾌쾌한 지하실 냄새가 났다. 방바닥의 삼분의 일 정도는 라미네이트가 울어서 발바닥에 걸리는 수준이었다. 그 당시 부엌은 물이 안 새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다시 보니 군데군데 은근슬쩍 샌 곳들이 몇 군데 더 발견되었다.

 

물은 일단 멈췄고 이제 가장 큰 문제는 곰팡이이다. 한번 곰팡이가 퍼지기 시작하면 금새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고 말 것이다. 건물 하나가 곰팡이에 먹히면 그것을 되돌리는데 억 대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렇기때문에 물 맞은 곳을 바짝 말린 후 바닥과 벽을 완전히 새로해서 곰팡이가 생길 여지를 주면 안된다. 독일인들은 일처리가 거의 나무늘보 수준으로 느린데 어쩐지 화요일 날 트로켄회사 (건조를 담당하는 회사)에서 직원이 나와 제습기 4대를 놓고 갔다. 제습기는 한국에서 쓰던 제품 보다 강도가 세고 시끄럽고 틀어놓으면 공기가 매우 건조해진다. 숨을 못 쉴 지경. 다른 형태의 고문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인 수요일 보험회사에서 여러 명의 직원들이 나와 손해정도를 살펴본 뒤 목요일에 당장 바닥을 뜯어내기로 했다. 우리집 바닥은 라미네이트여서 뜯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2명의 덩치 큰 아저씨들이 1시간도 안되서 다 뜯어버리고 우리는 시멘트 바닥과 함께 남겨졌다. 먼지 때문에 남편은 남아서 바닥 청소를 하고 나와 겨울이는 다시 친구집으로 대피. 2차 탈출. 남편은 꼼꼼하게 뒷정리를 하고 신문지와 돗자리로 우리가 잠은 잘 수 있게끔 만들어 놓았다. 친구부부네 집은 새 집인데가 손님방과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서 매우 안락했으나 시멘트 바닥이라도 우리집이 최고라는 모토 아래 하룻밤만에 컴백홈 하였다. 그리고 단순한 나와 현실에 순응하여 빨리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픈 남편은 우리집 바닥이 마치 새로 생긴 카페 바닥과 같다며 금새 적응을 마쳤다.

 

2편에 계속... 클릭하면 2편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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