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실내 도배 & 페인트칠 (베를린 우리집 홍수 사건 두번째 이야기)
2015년 6월 6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 그 날. 우리는 이 곳 베를린 집에서 작은 홍수를 경험했다. (참고 링크: 베를린 우리집 홍수 사건)
그 사건이 일어난지 벌써 한달하고도 반이 지난 현재, 집의 모든 상황이 이전처럼 복구가 되었을까? 아니다. 그건 독일에서는 불가한 일인가보다.ㅋㅋㅋ
작은 물난리가 6월 6일 토요일에 일어나고 그 다음주 화요일인 6월 9일에 트로켄 회사에서 제습기 4대를 두고 갔다. 6월 10일 수요일에는 보험회사에서 와서 손해사정을 한 뒤 다음날인 목요일에는 집 바닥재인 라미네이트(여기서는 라미나트,Laminat)가 젖어 있다며 온 집 바닥을 전부 뜯어갔다. 그렇게 우리는 시멘트 바닥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지난번 포스팅의 내용이다.
벽지를 떼어내다.
집 바닥재를 뜯어간 후 우리는 다시 집 안 여기저기에 제습기 4대를 틀어놓고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미친듯이 돌아가는 전기 계량기를 보며 지냈다. 그 후 6월 17일 금요일에 트로켄 회사 직원이 집에 오더니 벽지가 습기를 먹어 잘 마르지 않는다면서 거실 한쪽 벽 벽지와 화장실 한쪽 벽 벽지까지 뜯어냈다. 그리하여 우리는 시멘트 바닥 뿐 아니라 시멘트 벽을 바라보는 극단의 모더니즘을 체험하기 시작한다.
도배 약속을 잡다.
그렇게 모더니즘을 체험한지 어언 한달. 7월 16일 목요일 드디어 도배를 하기 시작했다. 그 놈의 도배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다. 도배를 시작하기 전 주 금요일에 와서 집이 마른 정도를 확인하더니 드디어 그 시끄러운 제습기를 다 철수 시키더라. (제습기 4대 치운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했다~)그리고 도배 날짜를 잡겠다고 전화번호를 적어갔다. 그 날이 금요일이었으니 당연히 월요일에 약속을 잡는 전화가 오겠거니 했다. 월요일 아침이 되자 뜬금없이 초인종이 울려서 헐레벌떡 현관문을 열었더니 지금 도배가 가능하냐고 묻는다. 아무 연락도 없이 아침 7시 30분에 갑자기 나타나 도배를 하겠다니!! 전 주 금요일에 적어간 전화번호는 도대체 뭐냔 말이냐아!! 우리가 아무리 독일어를 못해도 전화는 해주고 와야지ㅠㅠ 아무튼 지금은 안된다고 하고 금요일에 약속을 잡았다. 잠시 후 또 초인종이 울리더니 목요일 낮 12시에 오고, 금요일 아침 7시에 또 와야 한단다. 아... 정신없다. 그냥 알았다고 했다. 뭔놈의 일을 아침 7시부터 한다는 말이냐. 거실 벽 한바닥이랑 화장실 벽 도배하는데 왜 2일이 필요한거냐고 묻고 싶지만 그만큼 독일어가 되지 않는다. 슬펐다. ㅠㅠ
도배를 시작하다.
7월 16일 목요일 12시. 드디어 도배를 시작했다.
일단, 거실 한 가운데에 거대한 탁상을 세웠다. 지난번에 엉덩이 골을 슬쩍슬쩍 보이며 거칠게 젖어있던 벽지를 떼어내던 젊은이가 힘이 좋았는지 벽지와 함께 벽 시멘트를 군데군데 파헤쳐 놨다. 그래서 그 파헤쳐진 부분에 시멘트를 살짝 발라 메꾸기 시작하더라. 그리고 그 시멘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벽 사이즈를 대강 가늠하고 새햐얀 벽지를 꺼내 제단하고 이상한 기계에 넣어 돌려서 벽지에 풀칠을 한 후 한 쪽에 접어놓더라. 그리고 우선 화장실에 가서 빠른 속도로 벽지를 바르고, 다시 거실로 와서 순식간에 벽지 바르기를 끝냈다. 그동안 나는 겨울이를 데리고 집 밖을 맴돌았다. 일찍 일이 끝난 것은 다행인데 도대체 왜 다음날 아침에 또 와야 하는 것이냐. 아! 천정에 물 샌 자국 위에 페인트 칠을 해야 한단다. 그리고 멀쩡하고 깨끗한 벽지 위에도 페인트를 칠한단다. 벽지만 바른게 우린 더 익숙하고 깨끗하고 좋은데... 그 위에 페인트칠을 하면 유독성 물질이 묻고 냄새도 심할 것 같은데 왜 페인트칠을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멀쩡한 벽지 위에 페인트를 칠하다.
다음날인 7월 17일 금요일 아침 7시가 되자마자 득달같이 울리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어제 그 Maler 아저씨가 오셨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신다. 내 생각에 벽 후딱 칠하고 천정에 얼룩진 부분 좀 칠하면 한 두시간 내에 끝날거 같은데 무려 5시간 걸린다고 한다. 아무튼 얼마나 꼼꼼하게 칠하는지 보자. 일단 거실, 화장실 등의 집기에 페인트가 묻으면 안되니까 그 위에 비닐을 씌워놓고 페인트 칠을 시작했다. 속으로 나는 어제 새로 바른 벽지 위와 천정 얼룩 위에만 페인트 칠을 하면 끝나겠거니 했다. 그런데 천정 전부에 페인트를 칠할 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물 샌 얼룩이 있는 곳이면 그 벽을 포함한 전부를 칠하시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색이 서로 차이나는 것을 막으려고 벽 전체를 칠하는 것 같았다. 어쨋든 아... 이래서 5시간 걸린다고 했구나 싶더라. (중간에 깨알같이 30-40분 쉬셨음)
그동안 우리 부부와 겨울이는 발코니에 쭈구려 앉아 있었다. 아침 7시부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발코니로 쫓겨나 있자니 참~~ 웃겼다, 상황이. 후훗. 내 살다살다 꼭두새벽에 집 페인트칠 한다고 강아지 끌어안고 베란다에서 몇 시간을 죽이고 있구나.. 페인트 칠 하고 나면 그 냄새 때문에 집에서 잘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여기 독일 페인트는 희한하게 냄새가 안난다. 정말 다행이지 싶었다. 독일에 오래 산 지인이 말하길 여기는 한국과는 달리 비싼거 써서 그렇단다.ㅋㅋㅋ
웃겼던 것은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난 후 무슨 문서에 사인 받아 가고 고객 만족도 표시하는거에 웃음 표시 체크해달라고 하시는게 한국이랑 똑같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서비스 기사 아저씨들 오셔서 일 마치시고 가실 때 고객 만족도 전화오면 꼭 최고점 부탁하시고 가셨던 일이 생각났다. 그래서 아저씨들이 그렇게 친절하셨던 걸까. 겨울이가 짖어도 웃어주시고 달래주시던 아저씨들.. 고객평가 때문이었나요?? ㅎㅎ
아무튼 물난리 난 후 40일 동안 언제 집이 정상화 되는가 하고 기다렸는데 이제야 페인트칠이 끝났구나. 아무리 독일이라도 7월 첫째 주에는 다 끝나지 않을까 싶었으나 엄청 헛된 기대였음 ㅋ 에라이~ 도이취~~~~ㅋㅋ
그동안 시멘트 바닥과 시멘트 벽에 익숙해져서 나름 살만했는데.. 그래도 벽이 새단장한걸 보니 새 집 같은 기분이다. 하는 김에 바닥공사도 이번 주에 끝냈음 했는데 아직까지 약속 잡자는 전화가 없다 -_-;; 왜 때문에..ㅜㅜ
결국 베를린에서 맞이하는 첫번째 여름은 집에서 인테리어 공부한걸로. (우리도 여행 좀 가자규;)
독일에서는 도배 바르고 페인트칠하는거 직접 하는 분위기니까 돈 주고도 못 배우는 공부를 했다며 나름 생산적이었던 시간이야..라고 미화시켜 본다.
마지막 세번째 이야기에서는 새집 같은 우리집을 소개하리라!! Tschüss^^
독일 생활에 대한 더 많은 사진은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kissdejuly/
오셔서 구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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