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일상: 6개의 글

독일의 실내 도배 & 페인트칠 (베를린 우리집 홍수 사건 두번째 이야기)

Posted by 율리앤노브
2015. 7. 21. 22:44 Berlin U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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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실내 도배 & 페인트칠 (베를린 우리집 홍수 사건 두번째 이야기)

2015년 6월 6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 그 날. 우리는 이 곳 베를린 집에서 작은 홍수를 경험했다. (참고 링크: 베를린 우리집 홍수 사건

그 사건이 일어난지 벌써 한달하고도 반이 지난 현재, 집의 모든 상황이 이전처럼 복구가 되었을까? 아니다. 그건 독일에서는 불가한 일인가보다.ㅋㅋㅋ

작은 물난리가 6월 6일 토요일에 일어나고 그 다음주 화요일인 6월 9일에 트로켄 회사에서 제습기 4대를 두고 갔다. 6월 10일 수요일에는 보험회사에서 와서 손해사정을 한 뒤 다음날인 목요일에는 집 바닥재인 라미네이트(여기서는 라미나트,Laminat)가 젖어 있다며 온 집 바닥을 전부 뜯어갔다. 그렇게 우리는 시멘트 바닥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지난번 포스팅의 내용이다.


  벽지를 떼어내다.

집 바닥재를 뜯어간 후 우리는 다시 집 안 여기저기에 제습기 4대를 틀어놓고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미친듯이 돌아가는 전기 계량기를 보며 지냈다. 그 후 6월 17일 금요일에 트로켄 회사 직원이 집에 오더니 벽지가 습기를 먹어 잘 마르지 않는다면서 거실 한쪽 벽 벽지와 화장실 한쪽 벽 벽지까지 뜯어냈다. 그리하여 우리는 시멘트 바닥 뿐 아니라 시멘트 벽을 바라보는 극단의 모더니즘을 체험하기 시작한다.





  도배 약속을 잡다.

그렇게 모더니즘을 체험한지 어언 한달. 7월 16일 목요일 드디어 도배를 하기 시작했다. 그 놈의 도배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다. 도배를 시작하기 전 주 금요일에 와서 집이 마른 정도를 확인하더니 드디어 그 시끄러운 제습기를 다 철수 시키더라. (제습기 4대 치운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했다~)그리고 도배 날짜를 잡겠다고 전화번호를 적어갔다. 그 날이 금요일이었으니 당연히 월요일에 약속을 잡는 전화가 오겠거니 했다. 월요일 아침이 되자 뜬금없이 초인종이 울려서 헐레벌떡 현관문을 열었더니 지금 도배가 가능하냐고 묻는다. 아무 연락도 없이 아침 7시 30분에 갑자기 나타나 도배를 하겠다니!! 전 주 금요일에 적어간 전화번호는 도대체 뭐냔 말이냐아!! 우리가 아무리 독일어를 못해도 전화는 해주고 와야지ㅠㅠ 아무튼 지금은 안된다고 하고 금요일에 약속을 잡았다. 잠시 후 또 초인종이 울리더니 목요일 낮 12시에 오고, 금요일 아침 7시에 또 와야 한단다. 아... 정신없다. 그냥 알았다고 했다. 뭔놈의 일을 아침 7시부터 한다는 말이냐. 거실 벽 한바닥이랑 화장실 벽 도배하는데 왜 2일이 필요한거냐고 묻고 싶지만 그만큼 독일어가 되지 않는다. 슬펐다. ㅠㅠ 



  도배를 시작하다.

7월 16일 목요일 12시. 드디어 도배를 시작했다. 

일단, 거실 한 가운데에 거대한 탁상을 세웠다. 지난번에 엉덩이 골을 슬쩍슬쩍 보이며 거칠게 젖어있던 벽지를 떼어내던 젊은이가 힘이 좋았는지 벽지와 함께 벽 시멘트를 군데군데 파헤쳐 놨다. 그래서 그 파헤쳐진 부분에 시멘트를 살짝 발라 메꾸기 시작하더라. 그리고 그 시멘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벽 사이즈를 대강 가늠하고 새햐얀 벽지를 꺼내 제단하고 이상한 기계에 넣어 돌려서 벽지에 풀칠을 한 후 한 쪽에 접어놓더라. 그리고 우선 화장실에 가서 빠른 속도로 벽지를 바르고, 다시 거실로 와서 순식간에 벽지 바르기를 끝냈다. 그동안 나는 겨울이를 데리고 집 밖을 맴돌았다. 일찍 일이 끝난 것은 다행인데 도대체 왜 다음날 아침에 또 와야 하는 것이냐. 아! 천정에 물 샌 자국 위에 페인트 칠을 해야 한단다. 그리고 멀쩡하고 깨끗한 벽지 위에도 페인트를 칠한단다. 벽지만 바른게 우린 더 익숙하고 깨끗하고 좋은데... 그 위에 페인트칠을 하면 유독성 물질이 묻고 냄새도 심할 것 같은데 왜 페인트칠을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멀쩡한 벽지 위에 페인트를 칠하다.

다음날인 7월 17일 금요일 아침 7시가 되자마자 득달같이 울리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어제 그 Maler 아저씨가 오셨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신다. 내 생각에 벽 후딱 칠하고 천정에 얼룩진 부분 좀 칠하면 한 두시간 내에 끝날거 같은데 무려 5시간 걸린다고 한다. 아무튼 얼마나 꼼꼼하게 칠하는지 보자. 일단 거실, 화장실 등의 집기에 페인트가 묻으면 안되니까 그 위에 비닐을 씌워놓고 페인트 칠을 시작했다. 속으로 나는 어제 새로 바른 벽지 위와 천정 얼룩 위에만 페인트 칠을 하면 끝나겠거니 했다. 그런데 천정 전부에 페인트를 칠할 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물 샌 얼룩이 있는 곳이면 그 벽을 포함한 전부를 칠하시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색이 서로 차이나는 것을 막으려고 벽 전체를 칠하는 것 같았다. 어쨋든 아... 이래서 5시간 걸린다고 했구나 싶더라. (중간에 깨알같이 30-40분 쉬셨음)

그동안 우리 부부와 겨울이는 발코니에 쭈구려 앉아 있었다. 아침 7시부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발코니로 쫓겨나 있자니 참~~ 웃겼다, 상황이. 후훗. 내 살다살다 꼭두새벽에 집 페인트칠 한다고 강아지 끌어안고 베란다에서 몇 시간을 죽이고 있구나.. 페인트 칠 하고 나면 그 냄새 때문에 집에서 잘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여기 독일 페인트는 희한하게 냄새가 안난다. 정말 다행이지 싶었다. 독일에 오래 산 지인이 말하길 여기는 한국과는 달리 비싼거 써서 그렇단다.ㅋㅋㅋ

웃겼던 것은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난 후 무슨 문서에 사인 받아 가고 고객 만족도 표시하는거에 웃음 표시 체크해달라고 하시는게 한국이랑 똑같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서비스 기사 아저씨들 오셔서 일 마치시고 가실 때 고객 만족도 전화오면 꼭 최고점 부탁하시고 가셨던 일이 생각났다. 그래서 아저씨들이 그렇게 친절하셨던 걸까. 겨울이가 짖어도 웃어주시고 달래주시던 아저씨들.. 고객평가 때문이었나요?? ㅎㅎ



아무튼 물난리 난 후 40일 동안 언제 집이 정상화 되는가 하고 기다렸는데 이제야 페인트칠이 끝났구나. 아무리 독일이라도 7월 첫째 주에는 다 끝나지 않을까 싶었으나 엄청 헛된 기대였음 ㅋ 에라이~ 도이취~~~~ㅋㅋ

그동안 시멘트 바닥과 시멘트 벽에 익숙해져서 나름 살만했는데.. 그래도 벽이 새단장한걸 보니 새 집 같은 기분이다. 하는 김에 바닥공사도 이번 주에 끝냈음 했는데 아직까지 약속 잡자는 전화가 없다 -_-;; 왜 때문에..ㅜㅜ

결국 베를린에서 맞이하는 첫번째 여름은 집에서 인테리어 공부한걸로. (우리도 여행 좀 가자규;)

독일에서는 도배 바르고 페인트칠하는거 직접 하는 분위기니까 돈 주고도 못 배우는 공부를 했다며 나름 생산적이었던 시간이야..라고 미화시켜 본다.


마지막 세번째 이야기에서는 새집 같은 우리집을 소개하리라!! Tschü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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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트 치즈케익

Posted by 율리앤노브
2015. 7. 5. 02:27 Berlin U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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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트 치즈케익


 베를린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서 내 생일을 맞이하고, 한달 후 쯤 크리스마스, 그리고 새해..

봄엔 결혼기념일이 있었고 이제 7월.. 남편 생일까지!!

베를린에서 우리 가정의 모든 기념일을 다 맞이해보네요 ㅎㅎ


얼마 전까지 베를린 춥고 비오고 난리였는데 어느덧 한 여름.

오늘 이 시간 바깥 기온은 38도를 가르키고 있어요.

찬 음료를 잘 안마시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냉커피를 제조합니다.. with four pieces of cheese cake lol


며칠 전 남편 생일을 맞이하여 치즈케익을 구매해봤어요.

레베 (REWE) 치즈케익이 맛있다고 해서 더운 날 레베까지 찾아가서 데려온 치즈케익.

1250그램에 2.99라는 놀라운 가격을 자랑합니다.



레베에서 구입한 치즈케익. 물론 다른 마트에서도 팔거에요.



한판에 4000원 정도의 가격이라니요! 한국에서는 한조각에 4000원인데..ㅎㅎ

한국 카페에서 사먹던 크기로 가지런히 잘라보니 10조각은 거뜬이 나오대요;;  

원없이 먹었어요. 한번 먹을 때 4분의 1판씩 커피랑 츄릅츄릅



밑에 판은 살짝 두께감 있는 종이로 되어 있어요.

냉동 상태라서 실온에 5-6시간 두거나 급하면 오븐에 살짝 데워 먹으라고 박스에 써있네요.

확실히 녹은 상태에서 먹는게 맛있어요, 치즈 맛이 풍부하게 느껴지죠.

냉동 상태에서 먹으면 치즈 샤베트 먹는 느낌이에요. 깊은 맛은 덜하고 시원한 맛!

케익 둘레 빵도 넘 맛있어요. 적당히 딱딱하면서 고소한 맛.



생일왕 남편 조공용 정갈한 케익 한조각 ㅋㅋㅋ



그리고 카우프란트에 갔더니 다른 브랜드의 치즈케익이 있더이다.

혹시나 하고 사봤는데 띠용!! 이게 더 맛있음 ㅋㅋㅋ

레베 치즈케익이 덜 달고 담백한 맛이라면 요 치즈케익은 훨씬 진한 맛이에요.

계란과 버터의 풍미가 더 많이 느껴지고요 그래서 색깔도 노란빛이 많이 나네요.



진한 커피랑 먹기 좋은 치즈케익. 며칠 동안 간식으로 치즈케익만 먹고 있는데 전혀 질리지 않는.. 그런 맛.

이것도 가격은 동일하게 2.99유로. 

굳이 레베까지 안가고 집 앞 카우프란트에서 사 먹어도 되겠어요.

그냥 독일 마트 치즈케익은 다 맛있나봐요 ㅎ

여기도 빵집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마트 냉동고에 롤케익이며 판케익이며 쌓아두고 파는 거 보고 엄청 신기했는데

마트에서 장 보며 하나하나 사먹어 보는 재미가 있을 줄이야~



요새 백주부님 레시피 따라하기에 바쁜데 요건 함박스테이크!!

소스가~~ 소스가~~ 진짜로 맛이~ 맛이~ 정말로 좋아요. 남편은 이 소스로 뭐든지 다 찍어먹겠다고 할 정도.

소고기, 돼지고기가 소화가 잘 안되서 많이 먹지 않는데 백종원 함박스테이크는 입에서 살살 녹을만큼 부드럽고 속에서도 별 문제 없었어요.

백주부님 존경해요! ㅋㅋ

계속해서 간단하면서 고급진 레시피 많이 공개해주시길..

(된장찌개는 실패였어요;; 독일 무가 한국 무랑 맛이 달라.. 전혀 달지가 않아요 그래서 감칠맛이 덜 나는 것 같음 ㅠ)



요거는 에그 베네딕트를 따라한 에그 백(종원)딕트 ㅋㅋㅋ

원래 수란 넣는건데 백주부님의 말씀을 받들어 튀긴 계란후라이를 넣고

슬라이스햄은 우리 취향에 맡게 닭고기로 만든 햄으로 3겹 넣고

호박 슬라이스 구워서 넣어봤는데 완전 맛남. 호박에서 이런 맛이 날 줄이야 +_+

호박 대신 시금치 올리브오일에 구운거나 아보카도 넣어도 되고~

저 빵이 최고.. 계란후라이만 넣고 먹어도 맥모닝 맛이 나는 빵.


날씨는 너무 더운데 집에서 저렇게 잘 해먹고 있네요.

집은 난장판 및 공사장이여도 먹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꿋꿋히 생명을 연장해 봅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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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우리집 홍수 사건 (첫번째 이야기)

Posted by 율리앤노브
2015. 6. 24. 00:02 Berlin U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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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우리집 홍수 사건 (첫번째 이야기)


 한국에서도 집 안에서 물 새는 것 때문에 고생을 조금 했던 적이 있다.

 

오금동에 살 때 아래층 혼자남이 천장에서 물 떨어져서 밤에 잠을 못 잔다고 아침 댓바람에 잠옷차림으로 주차장까지 쫓아 나와 나에게 하소연을 했더랬다.

 

그래서 우리집 화장실 바닥을 다 갈아엎고 수리하느라 화장실을 아예 못 쓰고 거실 또한 먼지 때문에 가구와 살림살이를 포장해 놓느라 생고생을 했었는데...

 

근데 더 웃긴 일은 처음 화장실 공사하던 업체에서 제대로 하질 않아 아랫집으로 물이 또 샜고 덕분에 한번 더 화장실을 쓰지 못했다. 그 때는 아빠가 집주인 아저씨랑 통화해서 집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밖을 떠도는 2인 1견의 불편함을 호소하여 숙박비 정도의 위로금을 받았다. (아랫집 집주인과 우리집 집주인이 같은 분이라서 가능했던 일)

 

왜 이런 기억이 새삼 떠오르는가 하면 그때 잠옷차림으로 달려나와 (내가 문을 열고 나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를 듣고 있었던 듯 ㅋ) 이제 막 시동을 켜고 출발하려는 운전석의 나를 붙잡고 공사 좀 빨리 해달라고 하던 혼자남의 간절함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는 일이 나에게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6월 6일 한국은 현충일, 베를린에서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다고 하여 바르셀로나팬들이 쿠담 거리를 점령했던 어느 들뜬 토요일. 나 또한 축덕 남편의 열정을 에너지 삼아 아침부터 올림피아 슈타디온으로 달려가 연신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사고 마침 연락 온 친구부부와 외식까지 하며 즐거운 휴일을 보냈다. 우리는 충분히 놀았으니 이제 가서 집순이를 면치 못한 반려견 겨울이를 달래주자며 집으로 돌아갔는데... 발이 금새 축축한 것이 겨울이가 실례를 해놨나 싶어 자세히 방바닥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화장대 밑이 물로 흥건한 것이었다. 이게 뭐지 싶어 두리번 두리번 대는데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양동이를 가져다 받쳐 놓고 이 정도 물이 떨어지는 속도면 양동이 몇 개로 버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점점 냇물 흐르는 소리 나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화장실과 부엌 사이에 있는 환풍구 같은 곳에서 계곡에서나 들을 수 있는 청량한 물 소리가 점점 또렷해졌다. 그러더니 집 안에 있는 모든 노출 수도관 (한국과 달리 방 안에서 볼 수 있는 수도관들이 몇 개 있다) 쪽에서 물이 새기 시작. 특히 하이쭝(난방장치)이 있는 수도관에서는 시간이 갈 수 록 물이 많이 떨어져서 갖고 있는 수건과 걸레를 다 쓰고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때부터 덜컥 겁이 나기 시작. 일단 집주인에게 연락했더니 윗집에 가서 물을 쓰지 말아달라고 해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윗집에 갔더니 우리 바로 윗집은 물론이고 5층 (우리집은 4층)에 있는 집들에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나는 수건과 양동이를 사러 마트에 다녀오고 남편은 수건으로 닦고 짜고 닦고 짜고 하느라 육신의 걸레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건과 함께 바닥에 뻗어 버렸다. 나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는데 세면대 위에 걸린 거울 달린 수납장 밑으로 몇 분 마다 한번씩 폭포가 떨어지는 것이다. 깜놀했지만 남편에게는 비밀로 했다. 어차피 문제는 도처에 있었다. 물난리가 난 시간은 오후 4시경으로 유럽의 이 시간은 햇빛이 매우 뜨겁게 반짝이는 시간이다. 그런데 우리집 발코니로 물이 들이치는 것이 아닌가! 발코니로 나가보니 어딘가에서 부터 시작된 물이 건물 벽을 타고 내려와 발코니에서 부딪혀 톡톡 싱그럽게 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무지개를 만들 것처럼... 정말 어이를 상실한 나는 위험한 자세로 고개를 빼고 건물 윗쪽을 쳐다보았는데 건물 외벽에 물이 샌 자국이 선명했다. 건물이 무너지는거 아닌가 싶어서 매우 겁이 났다. 살림살이가 물에 젖지 않도록 정리를 하고 (그 와중에 간이옷장 하나가 무너져버림 -_-) 도저히 이 집에서 잘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일단 짐을 쌌다.

 

그동안 집주인이 와서 이리저리 벨을 불러 보고 다니며 하우스마이스터 연락처를 알아내고 그 통에 땅층(0층)에 있는 집까지 물이 타고 내려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집주인이 한집 한집 다 벨을 누르고 다녀서인지 모두들 뛰쳐나와 담화를 나누기 시작. 우리집 앞에서 때아닌 반상회가 열렸다.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해 수차례 치고 빠지기를 반복. 별 얘기 하는게 아니라 그냥 오랜만에 모두 모여 떠드는 것이 좋은지 분위기는 무척 화기애애 하였다. 그래도 집주인은 열심히 발품 팔아 이 물난리의 원인을 알아냈다. 이렇게 큰 사고를 친 집은 6층인데 그 집 주인이 여행 중이라 집을 비운 상태에서 세탁기와 연결된 수도관이 터졌던 것이다. 결국 경찰관 대동하여 집 문을 열고 들어가 물 흡수 기계로 바닥에 고인 물을 다 빼고서야 겨우 우리집에 내리던 장마가 그쳤다. 그것도 다 그친 것은 아니고 가장 심한 부분 쪽 수도관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떨어졌다. 방 바닥의 라미네이트는 물을 잔뜩 먹어 이미 올록볼록 일어나고 몰딩 또한 버석버석 떨어져 나왔다. 습기와 냄새가 가득한 집에서 잘 수 없어 우리는 밤 12시에 픽업 온 친구부부의 차를 타고 이곳을 탈출했다. 6월 6일 6층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그야말로 666의 저주다. 내 평생 이 정도의 멘붕을 안겨준 사건은 없었다. 이틀 동안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고 월요일 아침 다시 돌아온 집에서는 쾌쾌한 지하실 냄새가 났다. 방바닥의 삼분의 일 정도는 라미네이트가 울어서 발바닥에 걸리는 수준이었다. 그 당시 부엌은 물이 안 새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다시 보니 군데군데 은근슬쩍 샌 곳들이 몇 군데 더 발견되었다.

 

물은 일단 멈췄고 이제 가장 큰 문제는 곰팡이이다. 한번 곰팡이가 퍼지기 시작하면 금새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고 말 것이다. 건물 하나가 곰팡이에 먹히면 그것을 되돌리는데 억 대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렇기때문에 물 맞은 곳을 바짝 말린 후 바닥과 벽을 완전히 새로해서 곰팡이가 생길 여지를 주면 안된다. 독일인들은 일처리가 거의 나무늘보 수준으로 느린데 어쩐지 화요일 날 트로켄회사 (건조를 담당하는 회사)에서 직원이 나와 제습기 4대를 놓고 갔다. 제습기는 한국에서 쓰던 제품 보다 강도가 세고 시끄럽고 틀어놓으면 공기가 매우 건조해진다. 숨을 못 쉴 지경. 다른 형태의 고문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인 수요일 보험회사에서 여러 명의 직원들이 나와 손해정도를 살펴본 뒤 목요일에 당장 바닥을 뜯어내기로 했다. 우리집 바닥은 라미네이트여서 뜯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2명의 덩치 큰 아저씨들이 1시간도 안되서 다 뜯어버리고 우리는 시멘트 바닥과 함께 남겨졌다. 먼지 때문에 남편은 남아서 바닥 청소를 하고 나와 겨울이는 다시 친구집으로 대피. 2차 탈출. 남편은 꼼꼼하게 뒷정리를 하고 신문지와 돗자리로 우리가 잠은 잘 수 있게끔 만들어 놓았다. 친구부부네 집은 새 집인데가 손님방과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서 매우 안락했으나 시멘트 바닥이라도 우리집이 최고라는 모토 아래 하룻밤만에 컴백홈 하였다. 그리고 단순한 나와 현실에 순응하여 빨리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픈 남편은 우리집 바닥이 마치 새로 생긴 카페 바닥과 같다며 금새 적응을 마쳤다.

 

2편에 계속... 클릭하면 2편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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