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베를린 날씨
5월 어느 날은 햇빛이 너무 강해 집 안에서도 썬크림을 바르고 있었는데 요새는 기온이 뚝 떨어져서 외투를 다시 꺼내 입는 판이다.
분명 민소매 입은 처자들이 거리에 가득했는데 바람부는 그늘에서는 패딩이 생각나는 오락가락의 절정.
작년 11월 부터 시작된 베를린 생활 적응기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날씨다. 유럽의 겨울은 오후 4시면 깜깜해지는 진정한 암흑기이고 특히 베를린은 바람이 많은 도시라 외출하기 보다는 겨울잠이나 비축하는 편이 낫다.
그래서 우린 대비를 매우 철저히 하고 베를린에 왔건만 기대보다 온화한 날씨에 금방 독일 기후에 적응하나보다 라는 큰 착각을 했다. ㅋ
썸머타임이 시작된 3월 29일 부터 한 시간 일찍 시작되는 하루 때문에 비몽사몽하고 몸이 바뀐 타임라인에 쉬이 적응하지 못하여 독일 생활이 리세팅 되는 기분. 4월 달도 내내 여름 날씨였다가 겨울 날씨였다가 자기 마음대로 멋대로~~
그리고 엄청난 강도의 햇살과 함께 유럽의 여름이 시작되나...했는데 개뿔,, 바리바리 싸놓은 가을외투 박스를 펼쳐야 할 판이구만 ㅎㅎ
일기예보를 보니 앞으로 한 주 더 20도 미만의 날씨가 지속될 것 같당. 비도 며칠씩 계속 내리고.. 현재 베를린을 방문한 여행자들은 다 외투 차림.
봄이라고 여름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고 한국에서 처럼 계절 옷을 다 정리해 넣는 일은 여기선 불필요하겠다. 그리고 창 밖으로만 보고 날씨을 예상해서도 안된다. 햇빛이 좋아도 막상 나가보면 칼바람이 불고 비가 추적추적 내려도 오히려 따뜻할 때도 많으니. 유럽에서는 외출시 모자, 선그라스, 스카프와 가디건이 필수라는거 이제 경험으로 충분히 인지했다!
어쨋든 쉽사리 오지 않는 여름을 기다리며, 하필이면 가장 춥고 비가 옴팡지게 내리던 날 친구집에 놀러갔다. 찜닭과 순두부찌개 투썸즈업!! 커피와 쿠키까지 올클리어하고 배부른 몸과 마음으로 컴백. 그리고 오늘은 병든 닭처럼 시름시름거리고 있다. 이게 다 계속 흐린, 먹구름 가득한, 해드뱅뱅 저기압을 몰고 오는 베를린 네놈의 날씨 탓이라며 커피와 달달구리를 입에 달고 이 글을 씀. 베를린 날씨에 관한 단상은 이걸로 안 끝날 듯. 아이구 두야...:-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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