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이야기

Posted by 율리앤노브
2015. 6. 4. 04:23 Berlin U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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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이야기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지금 와서 보니 동물이던 식물이던 작은 생명 하나 거두는 일은 삶의 많은 부분을 요구하더라.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난 반려견 연두는 내게 살아있는 인형이었다가 안고 울수 있는 친구였다가... 연두가 늙고 나서는 저도 어렸고 나도 어렸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매개체였다. 연두는 3년 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는데 그 당시 나는 울지 않았다. 결혼 후 같이 살지 않게 되면서 정이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곁에 이미 작고 귀여운 겨울이가 있어서 눈물 흘릴 만큼 슬프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겨울이를 5년째 키우면서 그리고 반려견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게 되면서 연두가 그 때 얼마나 외로웠을까 돌이켜 생각하게 된다. 연두가 숨 쉬기 힘들어 한다고 안락사 시켜야 될 것 같다고 엄마한테 전화 왔을 때 왜 난 가보지 않았을까. 연두를 하늘에 보내려고 차에 태워 병원에 데려갈 때 숨을 헐떡이는 중에도 밖을 보며 좋아했더라는 이야기가 생각나 그때 흘리지 못했던 눈물이 쏟아진다. 아주 가끔이라도 노견이었던 연두에게 푸른 풀밭을 밟게 해줄걸... 오륜중학교 운동장과 그 뒤에 있던 동산에서 쉼없이 뜀박질하던 아이였는데… 나는 아무 것도 몰라서 연두가 하는 마음의 말을 듣지 못했다. 


   우리 겨울이를 첫 날 데리고 왔을 때는 잘 훈련 시키고픈 생각이 컸다. 내 주먹 만큼 작은 애기였는데 배변 훈련 잠자리 훈련 등 교육에 들어갔다. 하지만 애기가 2살 때 혈소판감소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리자 훈련이고 뭐고 살아있기만을 간절히 원했다. 그 병은 이제 잘 컨트롤 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겨울이는 불완전하다. 슬개골 탈구라서 많이 걷지도 뛰지도 못하고 성격은 엄청 예민하고도 겁이 많다. 이 아이를 독일에 데리고 올 때 정말 개고생했고 초반에는 남편이랑 둘이서 마트에 갈 엄두도 못냈다. 집에 혼자 두면 자지러지는 겨울이 때문에 어디든 데리고 다녀야 했고 그래서 남편과 함께 누리고픈 많은 것들을 포기했다. 요즘에는 작은 소리에도 큰 짖음으로 반응하는 얘 때문에 숙면을 방해 받기도 하도 다른 도시 다른 나라로 여행가는 일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 아이가 원하는 것은 뭘까? 하루 일과 중 적지 않은 시간을 겨울이에게 쏟다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왜 내가 원할 때 잠들지 않고 왜 내가 피곤할 때 놀아달라고 하고 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꼭 방해하는가… 겨울이에게 소리 지르거나 혼내고 난 후에 드는 생각은 이 아이는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천천히 걷는 노인을 경계하느라, 우리는 못 듣는 미세한 소리에 놀라서, 졸린데 아무도 자기를 재워주지 않아서 그저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 일 뿐인데 나는 내 뜻에 어긋난다고 겨울이를 다그치고 훈육하고 나무랐다. 


   늘 일관성 있게 겨울이가 원하는 것은 언니오빠의 관심과 사랑이다. 칭찬해주면 행동이 달라진다. 많이 만져주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면 안정감을 누린다. 그게 눈에 보인다. 머리를 만져주면 행복하게 졸고 배를 만져주면 몸을 쫙펴고 애교를 부린다. 실컷 놀아주면 그날 밤은 잘자는 편이고 우리가 낮에 장시간 외출이라도 한 날이면 있는대로 짜증을 낸다. 사람과 똑같다. 주인이 함께 하는 시간 만큼 반려견은 행복하다. 어린아이와 똑같다. 내가 뿌린 씨앗대로 내가 돌보는 생명 안에 열매가 맺힌다. 나는 그래도 좀 덜 수고스럽고 싶다. 동물은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잔다는데 왜 겨울이는 깨어있는 시간이 많을까 (사실 결이도 10시간 이상 잔다) 겨울이가 많이 잤으면 좋겠고 안 짖었으면 좋겠고 공놀이는 30분만 하고 만족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건 다 내 욕심이다. 


   어느 날은 책을 보면서 공놀이를 해주다가 내가 공을 던져놓고 다시 책을 읽느라 잠깐 공놀이 하던 사실을 잊어버렸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겨울이가 내 앞에 공을 물어다놓고 내가 다시 던져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책를 보는 그 몇 분간이 사실은 겨울이가 나를 기다렸던 시간들 중에서 가장 짧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담담하게 5분 또는 10분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은 늘 5시간 이상 어느 땐 15시간을 기다려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려견의 일생은 주인과 함께 하는 시간을 향한 기다림이 전부다. 그 기다림에 대한 보답으로 나의 하나 뿐인 관종에게 내 시간의 일부를 기꺼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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